작년 10월 11년식 2.0 수동을 입양했다.
결혼 전엔 엘리사 수동을 타고 다녔다.
그때는 멋모르고 단순 직빨이 최고라 생각해 고속도로에서 참 어린짓을 많이 했던것 같다.
모르는 사람들에겐 꿈의 기술이라는 "힐엔토우"도 미션 마스터 실린던가 뭔가가 깨져서 다운 쉬프트가 되지 않았었다.
다운 쉬프트시에 엑셀 보정을 하지 않으면 동작이 안되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익숙하게 구사하게 됐다.
그렇게 까불고 지내는 중, 여친과 강원도로 여행을 갔다가 한적한 시골 산길에서 아방이를 만났었다.
엔드 머플러만 뚫어 놓은 듯한 굉음으로 날 추월해 가는데 엘리사 오너였던 난 자존심이 상하여 바로 전투 모드로 들어 갔다.
코너 서너게 지나니깐, 아방이의 엉덩이는 더이상 구경할 수 없었다.
충격이였다.
중미산에도 엘리사를 끌고 가봤었다.
별별 외제차와 별별 저배기량(난 V6 2.7 엘리사임!!!!) 국산 튜닝카가 많이 있었다.
터비 후행으로 달려 봤는데 그냥 빽쩜(?)이 되버렸다.
아~ 이게 뭐지??? 정말 다른 세계였다.
그리고 그대로 시간은 지나가 버렸다.
2010년 결혼을 하면서 정든 엘리사를 지인에게 떠나 보내고 세단을 작년까지 타고 다녔다.
집에서 그란투리스모 만으로 달리고 싶은 욕구를 해소 할 수 없었다.
몇년전의 와인딩에서의 충격과 드라이빙 스킬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성비 킹왕짱 젠쿱 입양 계획을 잡았다.
일단, 갖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팔아 버리고 둘째가 태어나 짐이 많이 필요하다는 와이프를 잘 설득해 세단을 팔고 SUV를 구입했다.
차액 + 주식매매 금액으로 젠쿱을 입양했다.
젠쿱 입양시, 목표는 드라이빙 스킬업과 순정상태로 인제써킷을 2분 이내로 들어 오는 것이였다.
예전처럼 공도에서 까불거나 위험하게 다닐 수 없는 한 집안의 가장이라 되도록이면 안전한 장소를 지향하게 되어 써킷에 가기로 했다.
10월 젠쿱을 입양하고 스킬업을 위해서 몇몇 드라이빙 스쿨을 다녔고, 회사 동료 중, 예전에 써킷 마스터 클래스 이수과정을 수료한 사람을 꼬셔서 주말마다 스킬 연마를 해왔다.
이렇게 3개월이 지나고 겨울이 왔다.
후륜구동 젠쿱은 겨울에 봉인해야 한다는 젠쿱동호회원들의 말을 비웃기나 하듯이 윈터를 끼우고 겨울 주말마다 중미산에 갔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윈터로 와인딩... 정말 재미있다.
속도도 낮은 상태로 코너를 공략하고 무른 타이어 사이드윌, 브드러운 컴파운드 특성으로 그립 리미트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봄이 왔다. 인제에 갔다.
젠쿱 입양부터 목표로 삼았던 순정 상태로 얼마나 달릴 수 있을까... 너무 궁금했다.
올순정, 타이어 RE050A...
결과는... 2분 8초...
처음 써킷에 가서 순정 젠쿱으로 이정도 기록은 정말 잘 나오는 거라고 원메이크 경기에 나가는 지인이 얘기 해줬지만,
와인딩에서 느꼈던 차에 대한 문제점들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답답한 마음에 비케이메니아에 물어보니 어떤 회원이 2.0 수동으로 2분 언더로 들어 온다는 글을 봤다.
드라이빙 스킬도 아주 좋다고 동영상 찾아 보라고 했다.
찾아 봤다.
머냐... 튜닝이 살벌하다.
일체형 서스 + 하이그립 RS3 타이어...
하체는 다 손대고 배기튜닝까지...
튜닝내역 보고 주행영상 보려다가 말았다.
지름신을 물리치기 위해서... ㅜㅜ;
순정상태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튜닝을 하더라도 순정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튜닝을 계획하게 된다.
모터파크 3종셋 + 젠쿱순정 퍼포먼스 서스.
브레이크도 어떻게 해보기 위해 도풍판, 패드 별별 정보들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튜닝삽에 가보면, 순정으로 뭔 써킷을 타냐는 핀잔(?) or 무시(?)를 당한다.
별상관 안했다.
그런말 하는 사람들치고 제대로 운전하는 사람을 못봤으니...
정비도 대충해 준다. ㅡ,.ㅡ;;
옆에 휘황찰란하게 꾸며놓은 젠쿱은 땀을 찔찔 흘리며 작업하면서...
그들에겐 그런 오너들이 호갱님, 돈으로 보이겠지...
이해는 한다. 그사람들도 돈벌어야 하니깐...
사실...
주변에서 순정상태로 최대 한계까지 뽑아 내서 운전하는 사람을 아직 본적이 없다.
몇번 타다가 튜닝의 유혹(?)으로 자신의 운전스킬을 튜닝빨(?)로 커버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예전 엘리사 탈때 튜닝으로 커버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는걸 알았었다.
그리고... 나는 용돈 타서 쓰는 유부남... 돈이 없다. ㅜㅜ;
아무튼, 그리고 다시 인제로 갔다.
결과는 2분 7초...
소소한 투자를 했는데 결과가 너무 나쁘게 나왔다.
인캠을 설치한다.
고수들에게 보여줬다. 의견을 듣고자...
고수들은 역시 달랐다.
바로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중 역시, 스티어링 스킬이 좋지 않다는 얘기들...
써킷에서 칼질하냐는 소리를 들었다. ㅜㅜ;
이 버릇을 고치고자 정말 많은 연습을 하게 된다.
코너에서 1차 타각, 2차 타각시 리어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리고 꾸준히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와인딩 장소로 주 2회정도 퇴근 후에 갔다.
이제... 뭔가 코너에서의 횡G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한다.
짜릿하다.
하중 이동과 브레이킹의 감각이 조금씩 예민해 진다.
아~ 이거구나...
지금 장착되어 있는 타이어의 그립 리미트에서 아슬아슬하게 코너를 감아 돌기 시작하자...
써킷에서의 차량 한계주행 + 자신감 + 자만심 = 눈에 뵈는게 없어짐
그리고... 일이 벌어 진다.
타이어...
내 몸에 딱 맞도록...
아니, 내가 적응해버린 타이어를 버리고 다른 타이어를 교체 후, 평소 주행하던 패턴으로 주행을 했다.
그런데... 바로...
사고...
그렇다...
새로운 타이어에 대한 그립 리미트를 알기도 전에 한계주행을 해버렸으니...
컨트롤은 커녕... 무비막지한 언더로 사고를 내고 만다.
혼자 사고나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정말 멀고도 멀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차는 수리를 하게 된다.
완벽하게 수리된 차를 갖고 다시 사고난 장소로 가봤다.
두렵다. 코너 진입 한참 전에 엑셀에서 발을 뺀다. 그렇다...
트라우마다. 특히, 좌측 코너에선 여지없이 엑셀오프해 버린다.
타이어 스키드음은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차후에 알게 되었지만, 사고전 나의 주행은 거의 타이어 한계 상황에서 왔다갔다 할 정도로 극한으로 달리고 있었다고 한다.
써킷에서의 공포감보다 덜 했지만, 익숙해져 버린 와인딩 코스는 이런 위험성을 보여준다.
코너 진입 한참전에 엑셀 오프를 해버리니 턴인 같은 기법은 커녕, rpm 살리느라 정신이 없다.
수리하면서 4짝 다 바꿔버린 타이어도 적응이 잘 안된다.
사이드가 물르다고 얘긴 들었지만... 많이 무르다.
하지만... 기분 나쁜 느낌은 아니다.
중미산에 가서 잡아 놀려 봤지만... 이전보다 뭔가 짜릿한 맛을 못 느끼고 있다.
코너를 돌아 나가는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이다.
타이어 횡그립의 한계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없다.
CP를 지나 엑셀을 밟아 봐도 이전처럼 뒤가 돌도록 하기 보다는 안전하게 타고 있다.
다음주에 써킷을 다시 가게 된다.
그나마 멘탈적으로 부담이 덜되서 다행이다.
2분 7초의 기록을 깨야 하는데...
요즘 계속 하중이동을 부드럽게 하는 기법들을 연습하고 있어 기대된다.